[천자칼럼] 長刀 두 자루에 담긴 충무공 호국 의지

입력 2023-06-22 17:56   수정 2023-06-23 00:45

조선시대의 대표적 전투용 칼은 환도(環刀)였다. 휴대는 물론 말을 타거나 활을 쏘기 편하도록 칼집에 고리(環)를 달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조선 전기에는 환도의 길이가 짧고 직선 형태를 띠었다. 문종실록에 따르면 보병용 환도는 칼날(53.6㎝)을 포함한 총길이가 73.63㎝였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왜군과의 단병접전을 겪으면서 칼이 길어지고 칼날 끝도 곡선형을 띠게 됐다. 정조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환도 규격은 칼날 길이만 3척3촌(약 69㎝)이었다.

일본의 영향으로 새로 쓰게 된 칼도 있다. 칼이 길어서 두 손으로 잡고 사용해야 하는 쌍수도(雙手刀)로, 원래 이름은 장도(長刀)다. 16세기 명나라 장수 척계광이 왜구들이 쓰던 긴 칼 ‘오타치(大太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조선에도 도입됐다. 기다란 일본도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척계광은 병법서 <기효신서>에서 “(오타치에) 당하게 되면 몸이 두동강 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서애 류성용도 <징비록>에서 왜병이 오타치로 사람과 말을 동시에 베어버렸다고 전했다.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쌍수도의 전체 길이는 6척5촌에 달한다.

충무공의 숭고한 정신이 담긴 두 자루의 쌍수도 ‘이순신 장도’가 국보로 승격된다는 소식이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됐던 칼로, 한 자루는 총길이 196.8㎝에 무게 4.32㎏, 또 한 자루는 총길이 197.2㎝에 무게 4.20㎏이다. 나무 칼자루는 물고기 가죽을 감싸고 붉은 칠을 했으며, 칼자루를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가죽끈을 교차해 감았다. 칼자루 속 슴베에는 ‘갑오년(1594년) 4월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명문도 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라고 했던 그 칼일까.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칼날에 새긴 충무공의 시구(詩句)다.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호국의 달 6월에 장군의 호국 의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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